너 뭘 좋아해? 라는 질문을 받으면 나는 마카롱, 돈, 꽃, 책, 사랑이 좋다고 하겠지요. 마카롱은 좋고, 돈은 좋고, 꽃은 좋고, 책은 좋고, 사랑은 좋아요.
다 좋아요.
좋은 건 정말 좋은 거예요.
돈 생각을 하면 정말 그래요. 돈은 환상적이에요. 마법 같아요 나에게 없었던 것을 뿅. 한순간 존재하게 만들어요.
그런데 조금만 더 생각해 보니 내 소유의 무언가가 생긴다는 것. 집 혹은 차가 생긴다는 것. 정말 좋기만 할까요?
이런 이야기를 하려던 건 아니에요. 돈 얘기를 하고 싶지는 않아요. 스스로도 설득되지 못한 문제를 논하고 싶지 않아요. 다만 좋은 것에 대해서는 늘 말하고 싶어요.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까? 묻는다면 사람들은 대부분 종종 그렇고, 종종 그렇지 않다고 답하겠지요. 그렇다면 당신이 좋은 사람이라고 느끼는 그 '종종'의 순간은 언제인가요? 타인에게 친절할 때? 기부했을 떄? 아픈 길고양이를 도와주었을 떄?
왜 좋은 것의 기준은 항상 바깥에 있을까요.
그렇다면 타인에게 말고, 스스로에게 좋은 사람인가요? 묻는다면 또 누군가 종종 그렇다고 말하겠지요. '종종' 그런 순간은, 자신을 잘 돌볼 때, 삼시세끼를 잘 챙겨 먹었을 때, 마음의 양식을 쌓을 때, 운동할 때, 정도를 말하겠지요.
저는 또 궁금합니다. 그건 정말 본인에게 '좋은' 것인가요? 그건 남들이 말하는 좋은거잖아요. 여전히 좋은 것의 기준은 바깥에 있을까요.
모르겠어요. 우리는 모두 너무 바깥이 중요해요. 아주 많은 문제에서.
그래서 저는 이제 내가 '바깥'의 욕망만을 습득한 진정한 외부인이라는 생각하게 됩니다. 저 자신이 친근하지 않아요. 낯설어요. 내 안에 살아 숨 쉬는 욕망들은 다 나의 것이 아니라 외부의 것 같아서, 가짜 같아요. 진짜는 어디로 가버렸는지, 완전히 휘발됐어요.
오래전의 일이에요. 그와 나는 달동네를 걷고 있었어요. 그는 그 동네에서 가장 낡은 집, 가파른 언덕 중앙에 기울어진 채 지어져 금방이라도 쓰러져 버릴 것 같은 집을 가리켰어요. 그리고 말했지요.
"나는 결국 이런 곳에서 살 거라고 예감해. 어릴 때부터 늘 그랬어. 허름한 것을 보면 전부 다 나의 것 같아. 나의 것이라고 운명지어졌어. 그래서 친근해."
나는 그의 말이 이상하리만큼 좋았어요. 하지만 '내부'의 욕망을 바라볼 수 없는 나는, 그것이 좋은 이유를 한참 동안 찾지 못했어요.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에게 허름한 집과 나에게 '그의 말'사이에 비슷한 부분이 있었던 것 같아요. 닿은 수 밖에 없는 무언가를 만났을 때 필연 같지만 동시에 의심스럽고, 몽환적인 기분 앞에 어쩔 줄 모르잖아요. 우리는 그런 마음을 공유했던 거예요.
진짜 좋은 것은 어쩌면 남에게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인지 몰라요.
나만이 아는, 나만이 즐기는, 나만이 좋은 것.
그것은 '바깥'과 공유할 수 없다는 이유로 진정 좋은 것이 되니까요.
얼마 전 길을 걷다가 목격한 두 가지 장면이 문득 떠올라요.
하루는 도서관을 향해 걷고 있었어요. 도서관 옆에는 꿀벌, 토마토, 잔꽃이란 이름의 유흥업소가 있는데 그 날 꿀벌 앞에는 분뇨차가 주차되어 있었어요. 열린 가게 내부로 길게 호스가 연결되어 있었어요. 꿀벌의 정화조까지 연결된 호스를 타고 트럭 내부에 분뇨가 채워지고 있었겠죠.
나는 도서관을 향해 무심히 걷다가 문 열린 꿀벌 내부로 고개를 휙 돌렸어요. 일순 내 쪽으로 가루 같은 것이 훅 날라들었어요. 그것은 똥 가루 같은 걸까요.
1초 남짓의 순간 나는 가게를 살폈어요. 내가 상상하던 꿀벌과는 참 다른 모습이였어요. 오른쪽으로 네 개의 방이 나있고, 그 문은 다 열려 있었어요. 거대한 호스 너머로는 먼지가 폴폴 피어나고 있었어요. 꿀벌 내부는 연갈색 가루로 가득 차 공간전체가 똥이 된 것처럼 보였어요.
잠깐 한눈을 판 사이, 꿀벌에서 호스가 빠지고, 한 여자가 나타나 분뇨차 창문 너머로 아저씨에게 현금을 건넸어요.
나는 왜 몇 주전 보았을 뿐인 꿀벌 내부의 모습을 자꾸만 생각하게 되는 걸까요.
또 하루는 버스를 타기 위해 길을 걷고 있었어요. 횡단보도 신호가 바뀌는 찰나 나는 문득 뒤를 돌아보았고, 오토바이 수리 업체 내부를 들여다봤어요. 유리문 너머로 수명을 다한 색색의 오토바이들이 지쳐 쉬고 있었고, 안에서는 두 명의 아저씨가 무릎을 꿇은 채 오토바이 바퀴를 노려보고 있었어요.
타일이 깔린 바닥은 상상도 하지 못할 만큼 검은색이었어요, 실생활에서 완전히 검은색의 어떤 것을 마주치기란 꽤 어려운 일이어요. 오징어 먹물의 검은 색을 능가하는 빨강도, 파랑도 섞이지 않은 이토록 인공적인 검은 색.
미끈거리고, 유해해 보이는 검은 색 액체가 수리 업체 내부를 잡아먹은 채였어요. 나는 횡단보도를 건너기 위해 다시 달렸어요.
그리고 까먹으려 했는데, 나는 스쳐 갔을 뿐인 장면을, 놀라울 만큼 검은 그 공간을 자꾸만 생각하게 돼요.
모르겠어요 정말로,
그러니까 나는 또 좋은 것에 대해 생각하기를 그만 멈추게 되는 거예요,
실은 여전히 좋은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중국 출국 일주일전에는 발급한 트레블로그 체크카드를 배송 직원을 통해 건네받았어요. 저녁 8시였고, 그는 나의 편의를 전부 고려해 카드를 배송해 주었어요. 그녀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어요. 문득 그녀에게 꽃을 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좋은 게 좋은 거니까요. 나는 짐이 되지 않는다면 받아 주시라는 말과 함께 그녀에게 꽃을 건넸어요. 긴장했어요. 그녀에게는 좋은 게 좋지 않을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그녀는 지나치게 활짝 웃으며 짐이 되지 않아요. 참 좋아요. 하고 말했어요.
그러게요. 좋은 건 정말 좋은 것인가 봐요. 그런데 과연 그녀는 정말 좋았을까요? 정말 그랬을까요? 나는 여전히 그런 것들이 궁금해요.
B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