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하고, 마음이 시끄러워 힘이 드는 하루입니다.
몸은 종일 무겁고, 정신은 오늘 하루가 다 지날 때까지 깨어나지 않고 있고요.
오늘부터는 왕가슴에 대한 글을 연재하기로 했었는데 다음 주로 미룰래요. 어쩌면 그 다음 주, 다다음주까지 미룰지도 몰라요.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다면 계속 미루게 될 거예요.
오늘은 쓰고 싶은 것들이 뒤죽박죽 복잡하게 얽혀 있습니다.
복잡한 생각을 잘 정돈해 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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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께
1.
오늘은 유독 젊은 세대의 도파민 중독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되는데, 출처는 제각각이지만 도파민 중독이라는 단어에 언제나 귀를 쫑긋하게 되는 것은 단순히 제가 찔려서겠죠?
누군가 도파민 디톡스를 하는 중이라던데 요즘의 제게도 필요한 것 같아요.
한편 무언가를 줄이면 '어떤' 사람이 된다는 것만큼 결과론적이며 획일적이고 확신에 찬 기획들이 다 지겹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당을 줄이고, 칼로리를 줄이고, 일을 줄이고, 생각을 줄이고, 짐을 줄이고, 카페인을 줄이고, 아.. 이런 것들이 정말 한 사람을 바꿔 놓을 수 있을까요?
일시적이고, 즉각적인 본 프로젝트 앞에서 우리는 대체로 무너질 테고 그럼 의지박약이라며 자기 자신을 탓하는데 에너지를 몰아 쓸 것이고, 그 스트레스로 자신이 줄였던 뭔가(도파민, 당, 칼로리 등등)를 다시 늘리게 되겠지요.
2
최근 일주일, 저는 하루에 한끼만 먹었습니다. 세 달 만에 하는 식이조절이네요. 딱 일주일, 얼굴에 붓기만 빼려고 시작한 일이었는데 '식이조절'이라는 단어가 머리에 박히자마자 뇌가 저를 함부로 조종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매 끼니마다 무얼 먹었는지, 몇 칼로리를먹었는지 계산해서 기록하지 않습니다.
이전에는 폭식 욕구가 치솟을 때마다 불안했고, 그러다 아무거나 먹었고, 좌절했고, 금방이라도 다시 폭식증이 도질까 봐 두려워했습니다. 폭식을 지속했던 그때는 홀린 듯 먹방을 찾아보거나, 하루의 많은 시간 음식 생각을 하며 보냈습니다. 병의 발현 양상이 비슷하면 비슷할수록 무서웠습니다. 치유되는 병은 없는 것 같아요. 가끔은 내가 가진 많은 질환들이 완치되었다고 믿지만, 어떤 상황으로 저를 밀어 넣으면 병은 다시 도집니다. 아팠던 뒤로 근육이 생기긴 한 건지, 강해졌다고 믿었는데 그게 아니라는 걸 확인할 때마다 슬퍼집니다.
중요한 일정은 끝났고, 저는 크림빵을 입안에 밀어 넣으면서 생각했습니다. 이제 끝났다. 앞으로 나를 억압하는 일은 절대절대 하지 말아야지.
3.
놀랍게도 이 짧은 세 단락의 글은 전부 이어집니다. 서론, 본론, 결론 없는, 하지만 내 안에서 일어나 많은 일들이 이런 식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게 재미있네요.
저는 7월 8일부터 로펌에서 단기 인턴쉽을 하기로 했습니다.
고용노동부에서 주관하는 청년 인턴쉽인데,
일주일간 9시부터 6시까지 풀타임으로 교육을 받고, 두 달간 5시간씩 일합니다.
뉴스레터를 운영하다보니 정말 많이 드는 생각은 더 배우고 싶다는 것.
최근에 한 업체에서 광고 문의가 들어왔는데 2차 콘텐츠 제작까지 포함하는 광고 문의였어요.
광고 제작 비용부터, 2차 배포 허용 범위까지 저는 모르는 것 투성이였고,
다행히 광고 회사 다니는 친구에게 이것저것 여쭤보며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만약 제가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면 부당 계약을 할 뻔했습니다.
이런 일련의 운영 관련 어려움을 겪으며
내가 배움이 정말 부족했고, 아는 게 없다는 걸 깊이깊이깊이 깨달았습니다.
앞으로 내가 처리하기 힘든 어려운 일들이 얼마나 많을지, 걱정이 앞섭니다.
법 쪽으로 직무경험이 전무해서 불안한 마음이 솟구치지만 차근차근 하면 되겠지요.
네. 이번 주에는 일상의 모양에 대해 생각했어요. 나의 하루를 조각내 그 결을 만져보았고, 변주를 주었고, 그래서 내일은 조금은 더 기대됩니다. 생각보다 큰 결단이 필요했지만 후회 없이 제 선택을 마주해 볼게요. 도파민 디톡스도, 영어 공부도 다 잘 안될지 모르지요, 안 될 겁니다. 사람은 잘 변하지 않으니까. 하지만 그것을 하는 과정에서 제 일상이 단정했으면 좋겠어요. 흐물흐물 편안했으면 좋겠어요. 마음이 다치거나 아프지 않게 자꾸 그 모양을 들여다봐 주는 사람은 다름아닌 나여야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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